평소 자주 접속하던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이 책을 보고 맨발로 근처 학교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고 하는 분의 글을 봤다. 흥미가 생겼다. 맨발로 걷는 것이 몸에 좋고, 다리에 무리가 안간다는 얕은 지식이 있었고, 언젠가는 나도 맨발족에 들겠다는 막연한 욕망이 있었고, 그 때문에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사는 것에 돈을 아끼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조금 궁하기 때문에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한 번 빌려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이슈가 안 된 책이었을까? 책의 상태가 너무나 좋았다. 책의 소개에서는 아마존에서는 1위를 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던 책이라고 나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별 반응이 없었나 싶었다. 우리나라에 출판 된 건, 2010년 3월, 내가 한창 군대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을 때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 권수가 높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사실 나는 걸을 때마다 가끔씩 다리의 여러 부위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곤 했고, 한 번은 이유도 없이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픈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장거리 달리기는 정말 못한다. 나는 아프지 않게 장거리를 걷고, 뛰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책의 저자도 그러한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 같았다. 달리기만 하면 쓰러질만큼심각한 부상을 입는 신세였던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우연히 멕시코 출장 중 잡지에서 알게 된 ‘타라우마라(Tarahumara)족’을 찾아 취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타라우마라족’
미지의 부족이지만 한 번 1990년대 미국의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엄청난 달리기 실력을 보여줬지만 타라우마라족을 미국 땅의 대회로 이끌었던 ‘릭 피셔’라는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그들은 다시 자기네 땅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추고 만다.
저자는 여정 중에서 ‘타라우마라족’은 아니지만 그들의 오랜 달리기 방법을 배운 인물을 알게 되고, 그에게서 달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카바요 블랑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라 생각이 된다^^
여러 고생 끝에 카바요 블랑코를 찾게 되고, 그에게서 달리는 요령을 잠깐이나마 배워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리고 깊은 밤까지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 속에서 그의 놀라운 계획에 대해 듣게 된다.
카바요 블랑코는 과거에 섬광처럼 등장했다 사라진 ‘타라우마라족’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고, ‘위대한 시합’을 열어서 그들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이 시합에는 저자도 함께 참가하기로 한다. 둘은 헤어져서 ‘위대한 시합’을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한다. 카바요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코스를 알아보고, 타라우마라족을 찾아 다닌다.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카바요의 계획, 위대한 시합을 알리고 참가자들을 모집하는데 애쓴다.
계획이 망가질듯하지만, 여러 과정 끝에 계획은 실현된다. 울트라마라톤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콧 등의 여러 특색 있는 참가자들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저자는 이들과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카바요에게 데려간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이 ‘위대한 시합’이 이루어질 거라는 안심은 하기 힘들다. 마지막까지도 타라우마라족이 나타날지 걱정이 된다.
타라우마라족은 마침 독감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쉽게 시합에 참가할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에 이방인이 이끌고 간(1990년대 릭 피셔) 대회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오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타라우마라족’의 최고의 주자 두 명이 나타나고, 시합이 막 시작되기 전에는 근처의 여러 타라우마라부족들이 참가해 ‘위대한 시합’의 열기를 더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 소개>
타라우마라족의 '아르눌포 키마레'와 '스캇 주렉'
'아르눌포, 루이스, 마누엘 실바, 실비노 그리고 세바스티노'
역시 시합에 참가한 '젠'
맨발의 '테드'
저자가 서술하는 과정이 너무 정신없고, 복잡하게만 느껴져서 시합의 과정을 속속들이 정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위대한 시합’은 잘 마무리 되었고, 그들은 함께 달리며, 달리는 즐거움을 함께 교감하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달리는 것에 대한 의미를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그리고 시합이 끝난 뒤, 카바요 블랑코는 자신에 대해 고백한다.
전까지도 ‘카바요 블랑코’라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이 없다. 이리저리 방랑하고, 저자와 처음 만났을 때까지도 자신에 대한 질문은 피하고, 얼버무린다. ‘위대한 시합’의 참가자들 또한 그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야 카바요는 감상에 젖었는지 자신에 대해서 고백하게 된듯하다. 카바요 블랑코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카바요의 홈페이지 http://www.caballoblanco.com/
책에서 알아내고 싶었던 것이 정확하게 부상없이 달리는 방법이었지만그러한 방법이 확실하게 언급되는 부분이 없다. 그냥 던져주는 식으로, 두 부분에 걸쳐 혼자 되새기듯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발 앞쪽으로 서서,
뒤쪽을 세우고,
허리를 세우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팔은 높이 들고,
팔꿈치는 휘두르고,
발은 재빨리 앞쪽을 딛고,
엉덩이를 향해 뒤로 찬다.
뒤꿈치는 스치듯이...
좀 더 친절하게 확실히 알려주면 안 될까? 작가가 무슨 의도로 책을 낸 건지 의심이 되었다. 달리는 행복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방법을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냥 자신들이 느꼈던 즐거움을 공유하는데 저자는 흥분한 것 같다. 달리는 방법은 책에서 알아서 학습하라 또는 스스로 찾아보라는 듯하다.
애초에 ‘제대로 달리는 방법이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타라우마라족’처럼 얇고 딱딱한 샌들 또는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달리면서 본인 스스로 익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타라우마라족의 샌달
그리고 책에서 알려주는 중요한 진실들이 있다. 이 사실들은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 정리해본다.
놀라운 진실
[진실 1] 가장 좋은 신발을 신었을 경우 부상 확률이 높다
인간은 나이키가 현대의 운동화를 발명한 1972년 전까지는 바닥이 아주 얇은 신발을 신고 달렸다. 그리고 발은 튼튼했고, 무릎 부상도 훨씬 더 적었다. 하지만 나이키의 발명으로 인해 발은 약해졌고, 과도한 회내 작용을 일으키고, 무릎에 문제를 야기 시켰다.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지만, 잘못된 신발의 발명으로 인해 우리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달리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되었다.
1991년 <스포츠, 운동의학, 과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cercise>은 ‘쿠셔닝이나 회내 작용 교정같은 보호 기능이 추가된 비싼 운동화를 신은 주자들은 40달러 이하의 값싼 운동화를 신은 주자들보다 훨씬 더 자주 부상을 당했다’라고 발표했다.
아직도 계속해서 값비싸고, 좋다는 신발이 개발되어 나왔지만, 최근 30년간 부상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아킬레스건 부상은 10%나 증가 했다고 한다.
[진실 2] 발은 충격을 좋아한다
말 그대로 충격을 좋아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발은 충격을 느낌으로서 두려움을 느끼고 어떻게 조심스럽게 제대로 발을 디뎌야 할지 알아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대로 발을 디디는 법을 발이 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푹신한 신발을 신으면서 그러한 발의 능력을 잠재우고 있다. 오히려 푹신한 신발을 믿고 발뒤꿈치로 세게 디디게 되고, 이런 동작은 더욱 우리의 다리에 큰 충격을 준다.
[진실 3] 인간은 신발은 신지 않고 달리도록 만들어졌다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은 발 근육조직의 악화라고 한다. 우리는 ‘회내 작용’이 나쁜 말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바깥 끝으로 바닥을 디딘 다음, 새끼발가락에서 엄지발가락 쪽으로 부드럽게 굴러 발이 평평하게 되는 것이다. 발의 아치가 압착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는 비틀림 현상이다. 하지만 요즘의 신발들은 이런 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 신발은 신으면 이러한 작용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차단하게 되면 다른 부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일례로 책에 나온 ‘맨발의 테드’가 겪었던 허리의 통증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테드는 좋은 신발을 사서 신어 봤지만 통증이 호전되는 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책의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달리기 위해 태어나다’
책의 제목인 ‘달리기 위해 태어나다’라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인간과 DNA가 95%나 일치하는 침팬지, 하지만 침팬지의 발은 평발이고, 아켈레스건과 엉덩이의 대둔근이 없다. 하지만 인간이 충격에 강한 아치형의 발과 탄성력을 이용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인대가 있다. 이는 뛰는 동안의 충격에 견딜 수 있게 해주며, 장거리 달리기에 드는 힘을 탄성력을 가진 인대를 이용해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개와 말 같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동물들에게만 있는 항인대라는 목덜미의 인대는 뛰는 동안 머리를 안정시키는데 사용되는데 이것 역시 인간에게 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인간은 대둔근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비슷한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과, 잘 뛰어다니는 동물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특징들을 인간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달리기 위해 태어나다’라는 말을 뒷받침 해줄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들도 있다.
지구상에서 짧은 털로 덮인 가족을 가진 모든 생명체는 오로지 폐를 통한 호흡을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하지만 인간은 땀으로 열의 대부분을 내보내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수백만개의 땀샘을 가진 인간은 최고의 공랭식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이는 다른 동물들이 지나치게 올라간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 꼭 멈춰 쉬어야하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엄청난 이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이점들을 이용해 인간은 사냥을 해왔다. 한 마리의 사냥감을 찍고, 그 놈만 계속해서 쉬지 않고 쫒아간다. 위에서 말했듯이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계속해서 뛰기 위해서는 한번 씩 멈추지 않고서는 체온을 낮출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들만의 이점을 이용해 계속해서 추적한다. 끝내 동물들은 체온 과열로 탈진해 쓰러지고 만다. 인간은 이렇게 생존을 위한 사냥을 위해 계속해서 달렸던 것이다.
달리기를 즐기지 못하게 된 이유
책을 읽다보면 의문이 생기게 된다. 왜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싫어하는지 말이다.이유가 뭘까? 저자의 주장대로 인간이 달리기 위해 진화했고, 태어났다면, 우리는 모두 달리기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책에 명료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인간은 가장 큰 재능으로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괴물을 만들고 말았다. 다른 유기체들과 달리 인간은 몸과 머리가 같은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몸은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지만 뇌는 항상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건강은 달리기로 인해 유지되고, 생존을 위한 사냥에서는 지구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지만 뇌는 언제나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이 녀석을 달리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멀리 달려야 했지만, 점차 인간의 큰 재능인 뇌가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점차 생존을 위한 달리기는 줄어들게 되고, 현시점처럼 인간은 달리기와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대형 신발 생산기업들에 의해 자주 발생하는 부상은 더욱 더 인간을 달리기와 멀게 한 것 같다.
저자의 TED 강연 영상
온라인 리뷰 http://www.yes24.com/24/goods/3732808?scode=032&OzSrank=1